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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4차산업혁명 문제점│ATM과 은행 텔러의 관계로 보는 일자리 감소 문제

by 최숲 2018. 10. 2.

우리가 4차산업혁명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해지고 인간화된 4차산업혁명 기술들이 사람의 일자리를 거의 대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걱정은 요즘 사람들만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대대적인 일자리 감소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19세기에 방적기가 발명되었을 때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기계가 많아질수록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생존은 위협받게 된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방적기를 때려부수고 공장에 불을 지르는 방식으로 생존의 위협을 사전에 막고자 했습니다.[각주:1] 

 

19세기 조상들의 생각이 맞았더라면 역사적으로 실업률은 계속 증가해왔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삶은 19세기 조상들의 것보다 열악해야 합니다. 19세기 이후로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전반적으로 볼 때 실업률은 꾸준히 감소해 왔습니다. 또한 노동자의 임금 역시 꾸준히 상승하면서 우리의 삶은 19세기 조상들의 것보다는 윤택하고 편리해졌습니다. 

 

한 가지 사례만 가지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일자리 감소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고 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죠? 신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 했던 우리의 또다른 조상들을 만나봅시다. 

 

 

 

 

 

1970년대에 은행 ATM (Auto Teller Machine) 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몇 년 안에 은행 텔러들이 전부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ATM 은 텔러의 일자리 감소를 야기하지 않았습니다. Bessen 교수에 따르면, ATM의 등장은 오히려 텔러의 일자리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에서 은행 ATM 개수는 10만 개에서 40만 개로 증가했습니다. 한편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의 은행 텔러 수는 50만 명에서 55만 명으로 되려 증가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Bessen 교수는 저서 "Learning by doing" 에서 ATM 의 등장으로 은행 지점 운영 비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오히려 은행 텔러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주장합니다.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ATM 으로 인해 하나의 은행 지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은행 텔러의 수는 21명에서 13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인건비가 줄면서 은행 지점을 운영하는 비용이 크게 줄게 되었죠.

예전 같으면 하나의 지점을 운영하기 벅찼던 돈으로 두 개의 지점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되면서, 은행들은 앞다투어 미국 전역에 신규 지점들을 설립했습니다. 은행 지점의 개수가 증가하면서 은행 텔러의 수요도 증가하게 되었던 것이죠. 

 

반복되는 역사도 있고 반복되지 않는 역사도 있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가 이러했으니 4차산업혁명은 일자리 감소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은 일련의 산업혁명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던 19세기 선조들과 ATM을 두려워했던 조상들로부터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경우가 파다하다' 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4차산업혁명이 심각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야기할지 아닐지는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일자리 감소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위로 뿐입니다. 방직기와 ATM 이 그랬던 것처럼 4차산업혁명 기술들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일자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요. 

 

 

  1.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311224778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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