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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변호사 전망: AI 변호사가 20만명에 달하는 인간 변호사를 위협하고 있다

by 최숲 2018. 3. 20.

어린 시절,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직업은 '사'자 달린 직업이었다. 그 중에서도 문과라는 나의 태생적 조건을 고려할 때 '변호사'가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다.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도 문과생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을 변호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보인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하여야 하는데 작년(2017년) 응시생 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또한 로스쿨의 입학생 수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지만 변호사 시장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변호사들이 짧게는 40분 길게는 사나흘에 걸쳐할 일을 단 몇 분만에 끝내는 AI 변호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고객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료 조사이다. 승소 전략을 짜기 위해 고객이 의뢰한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이는 판례, 법률 조항 등을 검색한다. 단순한 사건의 경우에는 1시간 내에도 자료 조사를 마칠 수 있지만 복잡한 사건의 경우에는 서너명의 변호사들이 투입되어도 사나흘이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료 조사를 마쳤을지라도 '빠뜨린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일말의 불안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법률 데이터베이스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변호사는 자료 조사의 시간을 인간의 최대 100분의 1배 가량 줄여줄 뿐만 아니라 자료 검색의 정확도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세계 최초의 AI 변호사는 IBM 사에서 슈퍼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만든 로스 (ROSS) 이다. 로스는 법률 문서 검토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변호사로 초당 1억 장의 판례를 검토한다. 법률 검토 부문에 있어서는 인간이 도무지 로스의 실력을 따라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로스 (Ross) 는 이미 실무에 투입되어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BakerHostetler 을 시작으로 수십 곳의 로펌들이 로스 (Ross)를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AI 변호사를 실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 굴지의 로펌 중 한 곳인 대륙아주는 올해(2018년)부터 세계 법률 인공지능대회 (COLIFE) 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로보 (Law Bo) 와 유렉스 (U-LEX) 를 업무에 투입한다. 


아직까지 AI 변호사들의 실력은 경력 많은 변호사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모든 관련 법률 자료의 검토가 끝나면 그 자료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판결문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역할은 여전히 인간이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런 분야의 일까지 AI 변호사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최근 미국 최고 변호사들과 AI 변호사가 비밀유지계약서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을 두고 경쟁을 벌인 일이 있었는데 인간 변호사들이 완패했다. 인간 변호사들은 오류를 찾아내는데 평균 92분을 소요했지만 AI 변호사는 단 26분 만에 계약서 상의 오류를 발견했다. 검토 시간 뿐만 아니라 검토 정확도에 있어서도 AI 변호사가 인간 변호사를 크게 앞질렀다. 인간 변호사는 평균 85%의 정확도를 보인 것에 반해 AI 변호사의 정확도는 95%에 육박했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한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법률 시장의 일자리 3만 100여개가 이미 감소했고 향후 20년 뒤에는 법률 시장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39% 이상 감소할 것" 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로스쿨 준비부터 졸업까지 약 3년 동안 드는 비용은 거의 1억원에 가깝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비용을 무리하게 감당하면서까지 로스쿨에 진학했던 이유는 변호사가 되면 투자한 비용 이상의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일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AI 변호사가 등장했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고수익은 더 이상 보장되어 있지 않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로스쿨 진학을,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망했던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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